홍콩영화 중경삼림(리마스터링) 줄거리, 결말, 감상문

중경삼림_영화 개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개봉일 : 1995년9월2일(2013년11월28일, 2021년3월4일, 2022년4월20일 재개봉)
• 감독 : 왕가위
• 출연 : 임청하(마약밀매 중계자), 양조위(경찰 663), 왕페이(페이), 금성무(경찰 223), 주가령(스튜어디스)

 

 

 

 

중경삼림_영화 줄거리 1부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1부, 2부 각각 한 여성과 한 남성이 주인공이고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부에선 경찰 223과 마약밀매 중계자인 한 여성이 나옵니다. 경찰 223번은 만우절 날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지만 이를 부인합니다. 만우절 장난이라고 믿고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까지 연락을 기다려보기로 하면서 그녀가 좋아하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매일 사서 모읍니다.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것만 골라서. 매일 찾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가게에서 음료와 음식을 사 먹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연락을 합니다. 가게 사장이 전 여자친구와 동명이인인 여직원과 잘해볼 것을 제안하지만 전 여자친구에게 미련을 못 버려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션을 취합니다. 결국 여자친구한테 전화를 걸어보지만 다른 남자가 전화를 받고 그제야 정말 이별했음을 인정합니다. 바로 가게로 가서 여직원에게 영화 데이트를 신청하려 하지만 이미 리처드라는 남자가 관심을 보여 떠났다고 합니다. 모두에게 버림받은 기분이 든 223번은 집에 가서 자신이 한 달간 매일 모은 파인애플 통조림 30개를 한 번에 먹어버립니다. 그리고 속이 좋지 않아 한 바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 화장실에서 모두 토해버리고 다시 술을 마십니다. 그 와중에 가장 먼저 보이는 여성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하는데 한 노랑머리 가발에 선글라스 낀 여성이 들어옵니다. 

 

사실 이 여성은 마약밀매 중계자입니다. 한 백인 남성에게 돈을 받고 마약을 포장해서 인도인 짐가방에 잘 숨깁니다. 공항까지 인도인들과 동행을 하고 출국시키지만 이들은 마약을 들고 도주해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이들을 알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행방을 묻지만 찾을 수 없었고 자신의 보스이자 애인인 백인 남성은 새 애인이 생겼습니다. 조직에서 버림받은 노랑머리 여성은 곧 보스의 직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하루 종일 쫓기다가 밤이 되어서야 한 바에 들어가게 됩니다. 들어가자마자 경찰 223의 눈에 처음 보인 여성이 됩니다.

 

223은 노랑머리 여성에게 다가가 광둥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로 파인애플 좋아하냐고 질문하고 여성은 대만식 중국어에 반응합니다. 둘은 술을 마시다가 취해버리고 여자가 쉬고 싶다고 얘기하자 호텔에 갑니다. 여자는 정말 휴식이 필요한 상태였으므로 잠들어버리고 남자는 내심 기대했으나 잠이 든 여성을 두고 혼자 영화를 보면서 음식을 다섯 접시나 먹어치웁니다. 날이 밝자 223은 여성이 깨기 전 구두를 벗겨 닦아 놓고 호텔을 떠납니다. 밖으로 나가 비 오는 운동장을 뛰며 자신의 25살 생일을 맞아 슬픔을 극복하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연락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단정 짓지만 한통의 삐삐를 받고 노랑머리 여성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는 것을 확인하고 영원히 이 기억을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도 아침이 되어 밖으로 나와 보스가 있는 곳으로 가 그가 줬던 5월 1일 만기인 통조림을 새끼 고양이에게 먹이며 유인합니다. 통조림과 고양이를 발견한 보스는 곧 노랑머리 여성에게 총 맞아 죽습니다. 

 

223은 매일 가던 가게를 방문하고 주인아저씨는 새로 오게 된 직원을 가리키며 또 놓치기 전에 잘해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6시간 뒤, 이 여성은 다른 남성을 사랑하게 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2부가 시작됩니다.

 

중경삼림_영화 줄거리 2부

 

 

 

가게에 새로 온 여직원 페이는 가게 주인아저씨의 사촌동생입니다. 매일 California Dreaming이라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으며 언젠간 캘리포니아에 가려는 꿈을 가집니다. 가게에 찾아온 경찰 663을 보고 관심을 가지지만 663은 승무원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승무원 여자친구가 찾아와 이별 편지 한 통을 전해주고 떠납니다. 663에게 편지를 전하기 전 가게의 모든 직원들이 편지를 보고 안타까워서 전달하기를 피합니다. 결국 페이가 편지를 전해주려고 하지만 이별을 직감한 663은 편지 받기를 거부합니다. 편지봉투에 열쇠까지 들어있는 것을 확인한 페이는 663과 대화하면서 그의 집으로 편지를 부쳐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렇게 663의 주소까지 알아낸 페이는 매일 그의 집에 찾아가 청소하고 시간을 보냅니다. 

 

경찰 663은 집에 있는 사물들과 대화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집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서서히 이상함을 감지합니다. 어느 날은 자신의 승무원 여자친구가 돌아온 것 같다는 느낌에 급하게 집을 찾아갑니다. 무슨 일인지 집에 도착해보니 바닥에 물이 한가득 차있고 수도꼭지가 열려있습니다. 물을 다 퍼내고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페이가 금붕어를 사서 돌아와 둘이 마주치게 됩니다. 깜짝 놀란 페이는 얼버무리다가 자리를 떠나려고 하지만 다리에 쥐가 나서 결국 663의 집에 들어와 다리 마사지를 받고 나른해져 잠이 들고 맙니다. 이렇게 둘은 소파에서 서로에게 기댄 채 낮잠을 자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 후로도 페이는 매일 경찰 663의 집에 와 청소를 합니다. 그러다 순찰을 돌던 663이 자신의 집에 페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집으로 뛰어갑니다. 문을 열고 페이를 마주치자 페이는 문을 잠가버리고 강제로 문을 연 663을 교묘하게 피해 집에서 빠져나옵니다. 그날 가게로 663이 찾아오고 663은 페이에게 뜻밖의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캘리포니아 바에서 술을 마시기로 약속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페이는 나타나지 않고, 결국 가게 주인아저씨가 페이의 편지를 663에게 전하면서 기다리지 말고 집에 가라 합니다. 이번에도 편지를 읽지 않고 비 오는 날 쓰레기 더미에 버려버리는 듯싶다가 그는 편지를 다시 주워와 펼쳐봅니다. 비행기 티켓을 그린 편지였고 탑승일은 1년 뒤였지만 글씨가 번져서 목적지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페이는 사실 캘리포니아 바에 갔었고 일찍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진짜 캘리포니아는 날씨가 어떨까 문득 궁금해져 바로 그곳으로 떠났습니다. 1년 뒤 비행기 승무원이 되어 돌아온 페이는 사촌오빠의 가게를 찾습니다. 그런데 사촌오빠가 아닌 경찰 663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페이는 사촌오빠가 663에게 가게를 팔고 이제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습니다. 그리고 페이에게 종종 편지 보내라는 말을 하는 663에게 어차피 편지 안 읽을 것 아니냐고 말하며 페이는 떠나려고 합니다. 다급하게 페이를 불러 세우고 663은 1년 전 받았던 편지를 가져와 목적지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페이는 새로 하나 써주겠다고 하며 목적지를 묻자 663은 페이가 원하는 곳으로 가자고 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중경삼림_영화 감상문

 

 

인기가 정말 많았는지 벌써 3번이나 재개봉하고 리마스터링까지 된 영화입니다. 내용을 아예 모른 상태로 기대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너무 정신없고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가 없었으며 심지어 경찰 223이 경찰 663의 아역 같은 역할인 건가 착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1, 2부로 이루어진 영화였고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몰랐던 것입니다. 다시 보니까 중간중간 2부의 인물이 1부에 겹치기도 하면서 동일한 기간에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제목과 도입 부분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있고 서로를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다양한 관계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인연'을 강조한 영화임을 알 수 있는 힌트가 있었습니다. 중경은 도시의 이름으로 삼림은 말 그대로 숲이라는 뜻인데 중경이라는 곳에 있는 사람들을 숲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사람의 인연이란 정말 알 수 없고 신기합니다. 언제 누가 나에게 도움이 될지 알 수 없고 반대로 잘 지내던 사람이 아예 남이 될 수도 있으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만약 내가 조금만 더 늦게 혹은 일찍 도착했다면 현재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겠지?'와 같은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리고 인생은 정말 선택의 연속이고 수 없는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도 페이가 바에 너무 일찍 도착하지 않았고 663을 마주쳤더라면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일은 없었거나 미뤄졌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663은 1년간 페이를 생각하며 진짜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확인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고 서로는 만나서 왜 집을 청소해줬는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주된 소재로 다루는 시간과 인연을 표현하기 위해 상징을 잘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통조림, 경찰과 승무원 같은 직업, '몇 분/ 몇 시간/ 1년/ 1개월 뒤'와 같은 암시, 각 여주인공을 상징하는 노래 등등. 잘 알지 못하고 봐도 어느 정도 재미가 있지만 알고 보면 훨씬 재밌고 잘 만들었다 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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